회사생활 10년, 내가 다녔던 회사는 고맙게도 늘 1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시켜줬다. 건강검진에 늘 안좋게 나오는 부분이지만 나중에 시간 나면 가야지 하면서 애써 무시하고 지냈다. 무려 5년이었다.
퇴사를 하고 나니 드디어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5년동안 검진결과지에서 안 좋았던 수치들과 사진을을 가지고 병원을 찾았다. 이제야 찾아온 나를 보고 의사 선생님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셨지만,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라고 하시며, 초음파 결과에서 좋지 않았던 부분을 제거하기로 하는 수술을 예약했다.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유방초음파
낭종 14개인가. 있는 둥 마는 둥한 가슴에 낭종이 수두룩했다. 건강검진 결과에서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 중에서 모양이 좋지 않은 친구는 조직검사를 했고 경화성선종이라고 해서 제거해야 한다고 해서 맘모톰 수술을 받았다.
갑상선초음파
초음파에서 작은 낭종이 있다고 해서 다시 가서 초음파를 했고, 자라지는 않은 것이라 계속 추적관찰 하자고 하셨다.
부인과
나는 몰랐는데 질염 증상이 있었고, 질염 치료를 받고 치과처럼 스케일링 해주는 것도 같이 병행했다. 비용이 꽤 했으나 정말 너무 속시원해서 좋았다.
류마티스항원인자 양성, 혈구 수치 불안정
내가 의문을 품었던 결과치이다. 이 항목은 항상 양성으로 나오는데, 소견에서는 위양성일 수도 있으니 증상이 없다면 괜찮은 것이라고 했다. 증상이 없는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5년이 흘렀다. 그리고 매년 다르긴 하지만 혈구 수치가 들쑥날쑥하다. 어떤 때는 단백뇨가 있다고도 했다. 다 일회성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냥 살았다. 맘모톰 수술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정밀검사를 해주었고, 나에게 생전 듣도보도 못한 병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루푸스 병이라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이름만 들어도 겁나는 병이름이다. 증상이 있다면 심각한 병이고, 임신을 할 때 조심해야 하고,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여러가지로 심란한 순간들이었지만, 운이 좋게도 이런 재정비할 시간이 생겨서 내가 땅바닥에 내쳐 두었던 나의 건강들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앞으로는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도 나의 목표에 추가하고 돌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일에 매몰되어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건강 체크를 미루기보다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를 받고 건강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건강은 잃기 시작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